내 생각의 불똥

가슴이 어떻겠나?

정순택 2017. 10. 29. 09:32

가슴이 어떻겠나?

 

오늘 어머니 화정으로 가셨다

며칠 머물다 가시는 데도 섭섭함이 이런데

아주 가시면 가슴이 어쩌겠나?

어찌 뒤숭숭한 것 같더니 먹먹도 하다

방학 끝나서 집을 나서는 것처럼 그렇다

왠지 낯설고 두려운 느낌이 겁난다

 

줄곧 딸네 집에 계시다가

명절이라 오셔서 한 열흘 머무셨고,

그래서 모처럽 누이한테 선심쓰려는 참인데..

조금은 알 것 같다 말 못하는 고충을..

십년 넘게 모시는 누이는 어땠을까?

 

기력도 예전 같지 않으시고

일상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 낯설다

구십 중반인데 정정하신 거 아니냐지만

말씀도 행동도 어눌하고 서투르시니

그 모습조차 더 뵙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?

방정맞은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다

곁에서 뵙기에도 마냥 죄스럽고 안타깝다

 

스스로 나이 들어서야 생각이 이러하니

인생을 헛 산 게 아닌가 후회된다

시간을 억지로라도 더 내서 자주 봬야 하겠다

그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

한 번이라도 더 보도록 힘쓰며 살자

 

2017/10/11